[만나듣다]⑨활동가 주지 스님 명선 “화날 땐 마음 속여서라도 도망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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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명선이 길상사 주지에 취임한 지 만 1년 되는 날이다. 호남 사찰에서 최초로 외국인 주지가 됐다. 자치위원은 1년간 진행한 여러 활동 중 하나다. 지난달 28일 길상사에서 만나 최근 활동부터 12세 출가까지 이야기를 들었다.
명선은 ‘활동가’이기도 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출동하는 동네 방재단원이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을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다. 생의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의 말을 듣는 경청가이자 상담사다. 심리상담사 1급, 보육교사 2급,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취득했다. 명선은 지난해 취임하며 길상사를 국적·문화·언어를 넘어선 ‘다문화 사찰’로 만들겠다고 했다. 어린이집과 템플스테이 공간도 마련하려 했다. 돈도, 사람도 모자라 염두에만 둔다. ‘다문화 사찰’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지역은 개신교도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절에 찾아오는 불자가 많지 않다. 여러 국가 출신 불자들은 언어가 통하는 자국 출신 스님을 찾아간다. 명선은 이런 난관을 개의하지 않는 듯했다. 예불부터 회의 참석까지 그저 하루하루 수행하듯 맡은 일을 해나간다.
사람들이 ‘불교’ 외의 일로 종종 그를 찾는다. “종교가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달라고 온다”고 했다. 주로 하는 건 상담이다. 우울증을 겪는 이들, 가족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명선의 치유법은 불교적이다. 차 한잔 내주고 ‘들어주기’다.
“우울하면, 또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답답하고 화가 나죠. 죄책감도 생겨 자기 자신이나 누구를 미워하게 되죠. ‘참선하세요, 기도하세요’ 한다고 안 돼요. 이야기하다 보면, 잘 사는 게 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다 알아요. 상담하면서 그걸 계속 끄집어내려고 하죠. 정답을 그 사람 입에서 끌어내서 제가 확정시켜주는 거죠.”
이 문답도 수행이다. 자기 마음 깊은 곳의 뜻과 가르침, 성품을 들여다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분노가 많은 이들에겐 “왜 화납니까, 뭐 하려고 화를 냅니까, 꼭 내야 합니까? 그게 중요합니까? 자꾸 되묻는다”고도 했다. 화를 참고, 붙잡고 있을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화내면서 마음이 풀릴 때가 있어요. 막 소리 지르면 화 에너지가 빠져나가 시원해지죠. 그런데 화내더라도 누구한테 피해가 되지 않게, 또 그 피해가 나한테 오지 않게끔 해야 하죠. 나도 다른 사람도 피해 보지 않고 화가 소멸하는 게 기준이죠. 화가 나면 자기 마음을 속여서라도 화에서 도망가고, 피해 다녀야 해요. 조금 양보하고 조금 당하는 것도 방법이죠.”
괴로움을 직시하라고도 했다.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수행하는 거잖아요. 그 괴로움이 뭔지 알아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죠. 또 사람 인연은 우주를 통틀어 연결되는 건데, 이 인연을 이해해야 부처님 법을 이해할 수 있어요.”
계율도 강조한다.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사람이 더 고통스럽고 위험에 빠지지 않게끔 자기만의 깨우침, 규칙으로 산다는 겁니다. 그 규칙 속에서 살아야 마음도 집중이 되죠. 나쁜 짓을 안 해야 마음이 편하잖아요. 편한 마음이어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죠. 마음이 편하려면 행동을 잘해야 하고, 행동을 잘하는 게 바로 계율을 지키는 거예요.” 그는 “복잡한 마음에 시달리는 건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막 달려가는 자동차의 질주와도 같다”고 했다.
상담 사례 중엔 이주노동자 착취도 많다.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는 언어 소통이 잘 안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예요. 자기 목소리를 내지도, 자기 뜻을 제대로 전달도 못해요. 상대방은 권력도 있으니까 마음대로 해요.” 비자 문제도 있다. “더 연장해야 하니까 사장님한테 잘 보여야 하죠. 사장님 말 듣고 견뎌야 해요. ‘내가 너희들 데리고 오려고 돈 많이 썼어’ 하며 월급도 안 주는 사장님도 있고요. 이렇게 당해도, 불이익을 받아도 변호사비가 비싸서 구하지도 못해요. 노동법, 체류법 때문에 다른 사업장으로 갈 수도 없어요. 갈 데가 없는 거야 이제…”
명선은 모든 한국인 사장들이 착취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기 사업을 성장하게끔 도와주는 사람들이잖아요. 돈 벌어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월급 잘 주고, 밥 잘 주고, 와이파이도 해주면 행복하게, 열심히 일하죠. 대부분 이렇게 일하며 살아요.” 그는 “(내가 보고 들은 기준으로 착취 등을 당하는) 이주노동자는 전체의 10~20% 정도”라고 했다.
명선은 착취가 인간 문제라고 본다. 그는 “꼭 이주민, 이주노동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라서 당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든 사회적 약자가 당한다”고 했다. “이런 일은 스리랑카에서도, 미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벌어진다. 한국에서 한국 사람한테도 벌어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빈틈 많은 사회법으로는 완치할 수 없어요. 인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거죠.”
명선은 늘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이주민과 선주민의 어울림을 고민한다. 지난해 11월엔 여러 외국인 스님과 탁발 행사를 진행했다. 국적과 언어, 종교와 문화를 넘어서려는 의지도 담았다. 한국인 주민들이랑 소통하려는 수행이다. 늘 다른 종교, 다른 국적,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품으려 하는 것도 수행이다.
탁발은 상좌부(소승) 불교 전통의 수행 방식이다. 소승 불교의 스리랑카에서 처음 출가해 대승 불교의 한국에서 재출가한 명선은 대승과 소승 불교를 “부처님 법” 아래 한데 묶으려 한다. 2022년 그가 한국어로 써 제출한 동국대 석사 논문은 <‘청정도론(淸淨道論)’에 나타난 두타행(頭陀行) 연구>다. ‘청정도론’은 5세기 무렵 스리랑카 승려 붓다고사가 정리한 불교 수행론이다. 계율, 도덕과 두타행을 살핀다. “책은 청정한 길로 인도하는 길라잡이입니다. 수행하고, 마음 닦는 법을 가르칩니다.”
논문은 ‘대승과 소승’에 관한 명선의 화두를 담았다. 그가 처음 출가한 스리랑카는 소승 불교 전통이 강하다.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는 스님들도, 대중과 함께하는 스님들도 있어요. 갈등이 있죠. 두타행만 수행인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두타행은 생활 편의와 집착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수행 방식이다. 탁발도 두타행 중 하나다. 금식하거나, 지붕 없는 돌 위에서 수행하거나 묘지에서 명상하는 등 극단적인 수행법도 있다. 명선은 이런 수행법을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적용할지를 이 논문에서 풀었다.
공부하면 할수록 “소승과 대승을 구별하는 건 아상(我相)일 뿐이다. 부처님 법은 부처님 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부하고 또 했다. “부처님 법은 똑같아요. 이 똑같은 법을 사람들은 너무 자기 생각대로만 받아들여요. 스리랑카 불교만 배우면 여기서 가르치는 것만 옳다고 하고, 다른 나라 불교들은 틀렸다고 하잖아요. 2000년 넘게 이어진 문화고, 전통이라 쉽게 바뀌지 않아요. 배워봐야 이게 틀린지 맞는지 알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대승 불교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왔다. 처음엔 한국에도 불교가 있는지 몰랐다. 스리랑카 켈라니아대학교에서 불교철학과 국제관계학을 공부할 때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를 익혔다. 다른 외국어를 더 배우려 했는데, 수업 시간이 안 맞아 고른 게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한국어 수업이었다.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불교도 알게 됐다. 국민대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여차 2008년 2주 동안 방한했다.
그 시기 전후 스리랑카를 찾은 한국 스님들 통·번역도 맡았다.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동국대 불교학과 유학을 정했는데, 신청 시기를 놓쳤다. “그즈음 나중 은사가 되어주신 도제 스님을 만났는데 ‘한국 불교를 진짜 배우려면 한국 스님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은사 제안으로 온 곳이 길상사였다. 2011년이다. 이듬해 순천 송광사에서 행자가 됐다. 2017년 송광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뒤 재출가했다. ‘명선(明禪)’이란 법명도 받았다. “도제 스님이 참선과 수행을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지어주셨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스리랑카로 갔다가 6개월 뒤 다시 한국으로 왔다. 동국대 석사 과정을 마무리했다.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대승, 소승 구별 없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온 세계 스님들이 부처님, 불교라는 같은 이름으로 가야 해요. 그래야 전 세대, 전 세계 사람들과 상대할 수 있죠. 예전과 달리 지금은 과학 발전으로 다 소통이 되잖아요. 불교를 한곳에 모으는 역할을 하고 싶죠.”
이 역할 수행은 쉽지 않아 보였다. “스리랑카 스님들이 절 보면, ‘대승 스님이 다 됐다, 배신했다’고 그러시고, 한국에서도 이렇게 조계종 가사를 입고 있어도 간혹 어떤 분들이 ‘저놈은 소승 스님이지’ 그러세요.” 명선은 “사람들 마음속에 소승이다 대승이다 분쟁이 생기면 불교를 함께할 수 없다. 양쪽 다 서로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명선은 이주노동자 문제를 두고 “한국인과 외국인, 사장과 노동자 양쪽 입장을 다 봐야 한다”고도 했는데, 대승과 소승을 아우르려는 소신과도 이어지는 생각 같았다.
박사 학위 주제는 ‘포교 방법론’이다. “스리랑카에선 스님들이 2500년 동안 여러 포교를 했어요. 문학적인 책도 많이 썼어요. 지금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국어 과목에 들어간 것들도 있어요. 불법을 알기 쉽게 하려고, 사람들 생각이나 속담 같은 걸 이야기로 풀었어요. 이야기도 읽고, 불교도 배우면서 자기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그런 역할을 해줘요. 이런 포교 방법에 관해 쓰고 있어요.” 그는 “여러 일들 때문에 논문 쓸 시간이 없어 계속 미뤄진다”며 웃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도 물었다. 1985년 스리랑카 중부지방 마탈레시 랏토타구의 산골짜기 마을 웰란가하왔따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 부근 사찰 유치원을 다녔다. “스님들 가사를 만질 때면 왠지 모르겠는데 즐거웠다”고 했다. 야단을 자주 치는 아버지가 미워 출가도 생각했다고 한다. 스리랑카에선 스님들이 각 가정으로 가 공양을 올리고 법문도 한다. 어느 날 집에 온 스님이 아버지에게 “출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저한테 데리고 오세요”라고 말하자마자 아버지 곁에 있던 명선이 “제가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아버지는 고민했다. “나쁜 친구들이랑 밤늦게 어울리고, 말도 잘 안 들으며 나무 같은 데 올라가 떨어지는 아들을 집에서 키우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신 듯해요.” 쿠발오루와동의 한 사찰에서 출가했다.
출가를 결심한 뒤 좋아했다가 금세 후회했다. “엄마 아빠랑 예전 관계로 돌아갈 수 없고, 여기서 모든 일이 끝나는 것같이 느꼈어요. 잘못했나 싶었어요. 가사를 입을 때까지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입고 나니 생각이 엄청 무거워졌어요. 삶도 무거워졌고요. 가사를 입고 대중 앞에 나오니 저절로 눈물이 났어요. ‘옛날같이 살면 안 되겠다’ 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몇달은 계속 사찰 문을 박차고 나갈지 고민했다. “그 와중에도 출가를 두고 왠지 모를 감동을 했다”고 한다. 출가와 수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첫 출가 때 받은 법명이 라훌라다. 출가 전 싯다르타가 낳은 아들 이름이다. 여러 설이 있는데, 명선은 이렇게 설명했다. “달이나 해를 가리는 어둠인 ‘라후’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출가를 앞둔 싯다르타에게 아들이 생겼는데, 출가를 막는 장벽, 속박 같은 뜻도 있어요.” 스리랑카 유명 고승 중에 이 법명을 쓴 이가 많아 좋았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라훌라라는 법명을 종종 쓰기도 한다. 주민자치센터 회의 때도 이 법명을 쓴다.
나무에서 과일 따 먹고, 계곡에서 멱 감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지금 생각하니 너무 재미있게 살았다”며 웃었다. 정부군, 경찰 등이 자행한 폭력 때문에 고통받은 시기도 보냈다. 5·18민주화운동도 남다르다. “스리랑카에서도 그런 사건이 많았어요. 불안한 삶을 살았죠. 5·18은 민주주의를 구하려고 일어난 운동이잖아요. 스리랑카에서도 국민들 목소리를 죽이려고 정부에서 똑같은 짓을 했어요. 광주의 아픔이 뭔지 알죠.” 한국에 와 처음 정착한 곳이자 10년 넘게 산 광주를 두고 “제2의 고향”이라고 했다.
제1의 고향도 늘 마음에 둔다. 올 1월엔 태풍 피해를 본 스리랑카에 성금을 전달하고 왔다. 지금은 고향 마을 학교에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인터뷰 내내 웃음 띤 얼굴이었다. 길상사 자원봉사 하는 총무 보살 무위행(양은정)이 인터뷰 전 “우리 주지 스님은 맨날 너무 행복하세요. 왜 행복하냐 물어보니 ‘욕심이 없고 바라는 게 없다’고 하세요”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하니 그가 웃으며 답했다. “왜 바라는 게 없겠어요. 그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또 괜찮을 뿐이지요.”
가을이 오면 걷고 싶어진다. 같은 하천길도 바람이 서늘해지고 나뭇잎의 색이 달라지면 새 길처럼 느껴진다. 여름 내내 초록이던 숲에는 어느새 노랑과 주황, 붉은색이 번지고, 들판에는 억새가 흔들린다. 바닷가를 걷는 사람에게는 한결 맑아진 하늘이 선물이 된다.
이럴 때 참고할 만한 지도가 있다. 신발 브랜드 르무통이 엄선한 전국 57개 걷기 코스다. 사내 걷기 모임 ‘웤웤(WALK WALK)’이 그 가운데 일부를 직접 걸었고, ‘여행은 걷는 거잖아요’ 캠페인에 참여한 고객들의 추천도 더해졌다. 르무통은 지난해부터 ‘산책회’라는 이름으로 국내외 각지에서 함께 걷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 직원이 걷기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웤웤’은 함께 발을 맞춰 걷는 리듬을 담은 이름이다. 연차와 직급, 성별에 제한 없이 걷기를 좋아하는 임직원이 참여하는 ‘느슨한’ 모임이다. 매번 10~15명 정도가 모여 봄부터 초여름,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길을 걷는다.
주말이 아닌 ‘업무 리프레시’의 관점에서 가급적 목요일과 금요일에 운영하는 점도 사원들의 호감을 높인다. 웤웤 관계자는 “중요한 건 모임이 하나의 업무나 거창한 사내 프로젝트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운영 비결을 전했다. 올가을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해 웤웤이 5개 코스를 추천했다.
문경새재 ― 선비가 걷던 길에서 단풍을 만나다
경북 문경새재도립공원은 ‘걷는 길’이라는 말이 유난히 잘 어울리는 곳이다. 옛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길. 조령산 마루를 넘는 옛길에는 지금도 그 시절 길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름처럼 새도 넘기 어려운 고개였지만,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이 많아 합격과 행운을 기원하는 길로도 알려졌다.
제1관문에서 제2관문, 제3관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울창한 숲과 계곡이 이어진다.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도심의 소음이 멀어진다. 길을 걷는 중간에 오픈세트장과 자연생태공원, 미로공원 등을 들러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 구간을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미니 셔틀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을에 강하다. 고즈넉한 산세에 단풍이 내려앉으면 오래된 옛길의 분위기가 한층 짙어진다.
·웤웤의 추천 한마디
“자연 속에서 걷고 싶거나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
·걷기 코스
문경새재도립공원 1주차장 → 제1관문 → 제2관문 → 제3관문 약 7㎞
부산 블루라인파크 ― 열차를 타지 않고 바다를 걷는 법
부산에 가면 해변열차나 스카이캡슐을 타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웤웤이 즐기는 법은 다르다. 직접 걸어보는 것이다.
미포항에서 청사포를 지나 송정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이다.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활용한 블루라인파크에는 열차와 스카이캡슐뿐 아니라 바다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는 데크길이 잘 조성돼 있다. 왼쪽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해변열차가 달린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더라도 열차 안에서 보는 풍경과 천천히 걸으며 보는 풍경은 다르다.
평지 위주여서 대화를 나누며 걷기에도 좋다. 중간에 해월전망대에 들르면 유리 바닥 아래로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가을이라도 바닷바람이 강할 수 있으니 겉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웤웤의 추천 한마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에서 보는 바다도 좋지만, 걸으면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꼭 한번 걸어보세요.”
·걷기 코스
미포항 → 미포정거장 → 청사포정거장 → 송정해수욕장 약 4.6㎞
부여 궁남지 ― 연꽃이 진 뒤에도 좋은 연못
궁남지는 여름 연꽃 명소로 먼저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걷기 좋은 계절을 가을까지 넓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백제 무왕 때 궁궐 남쪽에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으로 알려진 궁남지는 호수 한가운데 포룡정이 자리하고, 주변으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웤웤 고객들이 추천한 이유도 바로 이 느긋함이다. 크게 한 바퀴 돌면 약 2시간 정도. 중간중간 정자에서 쉬어갈 수도 있고, 오리와 물새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가을 국화 전시가 열리는 시기라면 연못 주변 풍경이 또 달라진다.
·웤웤의 추천 한마디
“크게 다 돌면 2시간 정도 걸려요. 중간중간 정자도 있고, 가운데 있는 한옥 건물에 앉아 쉬기도 좋아요. 오리도 찾아보세요.”
·걷기 코스
궁남지 내부 한 바퀴 약 1.6㎞
북한산성 계곡길 ― 서울에서 만나는 물소리
서울 근교에서 ‘숲과 계곡’을 동시에 만나고 싶다면 북한산성 계곡길이 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보리사까지 이어지는 약 1.4㎞ 구간은 길이가 길지 않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걷는 동안 물소리와 숲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옛 성곽의 흔적과 절터 등 역사적 풍경도 만난다. 무엇보다 장점은 접근성이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숲에 들어왔다’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웤웤의 추천 한마디
“계곡 입구부터 들려오는 청아한 물소리가 발걸음을 이끌고, 우거진 숲길로 접어들면 가슴 가득 싱그러운 숲내음이 스며듭니다.”
·걷기 코스
북한산성 입구 → 보리사 약 1.4㎞
해남 대흥사 ― 절까지 가는 길도 여행
전남 해남 두륜산 자락의 대흥사는 사찰 자체보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볼 때 매력이 커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이자 천년고찰이다. 대웅보전과 천불전, 침계루 등의 현판에는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 등 역사적 인물의 글씨가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의승군을 이끈 서산대사의 흔적도 있다.
웤웤이 추천하는 코스는 두륜산도립공원 입구에서 대흥사까지 약 2.9㎞다.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길이다. 대웅보전 앞 500년 된 연리지도 이 길에서 만날 수 있다. 가을이면 산사의 고즈넉함이 더욱 짙어진다. 목적지를 대흥사로 정하되, ‘사찰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기보다 사찰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여행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웤웤의 추천 한마디
“대흥사는 아는 만큼 보이는 곳이에요. 현판의 글씨 하나하나와 오래된 나무를 천천히 살펴보며 걸어보세요.”
·걷기 코스
두륜산도립공원 입구 → 대흥사 주차장 → 백화암·유선관 → 대흥사 약 2.9㎞
■ 그밖에 올가을 걸어볼 만한 길
웤웤이 꼽은 57개 코스에는 서울의 공원부터 호수, 저수지, 생태공원, 오래된 숲, 궁궐과 사찰까지 다양한 길이 있다. 안산자락길은 서울에서 가을 숲을 만나고 싶을 때 눈여겨볼 만하다.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보다 자락을 따라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부담이 적다. 메타세쿼이아 숲 등 숲의 풍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을 바다가 보고 싶다면 강원도 동해 묵호도 좋은 선택이다. 묵호역에서 시작해 묵호항과 도째비골, 어달항, 대진해수욕장, 망상해변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34코스다. 이 길의 매력은 단순히 바다가 아니다. 묵호등대로 이어지는 논골담길의 골목과 벽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바람의 언덕 등이 이어진다.
효창공원은 숲길에 역사 이야기를 더하고 싶을 때 좋다.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독립운동의 흔적을 품고 있어 단순한 공원 산책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서울한양도성길 2코스 낙산구간도 가을 산책에 잘 맞는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서울 도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낮과 해 질 무렵의 표정이 다르다.
서울둘레길 13코스 안양천 상류는 산길보다 물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다. 걷는 동안 주변 풍경이 비교적 평탄하게 이어져 일상적인 산책처럼 접근하기 좋다.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둘레길 7코스 산림욕길처럼 숲 자체를 느낄 수 있는 길은 가을에 특히 매력적이다. 인천 소래산도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가을 산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후보가 된다.
두물머리는 물과 나무, 새벽 풍경이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수도권 걷기 장소다. 다만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을 수 있으므로 조용히 걷고 싶다면 이른 시간대를 노리는 것이 좋다.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은 단풍과는 전혀 다른 가을을 보여준다. 갯골과 갈대, 넓은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주인공이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평탄한 길을 오래 걷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배곧한울공원과 배곧생명공원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걷고 싶은 수도권 주민이라면 기억해둘 만하다.
동탄여울공원은 거대한 관광 명소보다 생활권 가까이에서 걷는 즐거움을 보여준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수변을 따라 걸으며 하루를 환기할 수 있다는 것. 양구 한반도섬은 호수와 섬이라는 지형적 재미가 있다.
충북에는 괴산군 연하협구름다리가 있다. 산과 물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가을 풍경을 기대해볼 만하다. 진천 농다리도 추천 목록에 넣을 만하다. 오래된 돌다리를 건너고 주변 수변길을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은 이름 그대로 호수를 곁에 두고 걷는 길이다. 가을의 호수는 여름보다 한결 고요하다. 멀리 산에 물든 색이 수면에 비치면 걷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청남대도 가을 숲을 즐기기에 좋은 선택이다. 골정저수지는 정자와 물, 나무가 어우러져 조용한 늦가을 산책에 잘 어울린다.
함양 상림공원은 오래된 숲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있고, 산을 오르지 않아도 깊은 숲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1코스는 자연 속에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흔적을 따라 걷는다는 이야기까지 더할 수 있다. 장성호수변길은 호수를 따라 걷는 가을 여행지로 좋다. 경북천년숲정원은 이름처럼 숲과 정원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태화강국가정원은 정원과 강변을 함께 걷는 코스로 구성하기 좋다. 부산에서는 동백섬과 이기대해안산책로도 가을 바다 산책 후보가 된다. 사람이 빠져나간 해변과 높아진 하늘, 조금 차가워진 바람을 누리고 싶다면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영덕 블루로드, 이순신공원, 서귀포 칠십리시공원 등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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